경력관리 12계명

며칠전 트윗에 소개한 한 아티클이 있다. 12 Career Accelerators란 글인데 이 글이 서구회사 중심으로 쓰여진 글이라서 한국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문화적으로 경영환경상으로 다소 다른 배경에서 나온 생각이다보니 물론 적용이 안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글로벌한 시각에서 볼 땐 구구절절 다 맞는 얘기들이다. 그래서 이 글을 한국적인 시각을 넣어서 재구성 해본다.

간단히 말해서 12가지 조언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크게 세가지 영역으로 구분이 되는데, 1) 한국인이 이미 잘하는 영역, 2) 한국인이 전혀 안되는 영역 3)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론 잘 안되는 영역이 그 구분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1)     한국인이 이미 잘하는 영역

#3. Deliver Excellence

오늘 본 어떤 기사의 헤드라인은 이렇다. “죽자사자 일했더니 회사도 나도 성장”  삼성전자의 윤종용 전 회장의 강연내용을 전하는 기사다. 때론 어이가 없는 사상이라고 느끼지만 사실 한국기업의 결과지향 문화는 한국인을 다른 나라 사람들과 현격히 구분짓게 만들었다. 이 장점은 계속 지켜가야 한다고 본다. 책임감이라고 부를 수도, 업무에 대한 높은 도덕성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어찌됐건 뛰어난 결과를 내는 능력은 지구상 모든 성공적인 직장인의 출발일테니까.

이 부분에 첨언을 하자면, 서구인재의 전체 풀pool 차원에서 보면 생각보다 “최고”를 향해서 전력투구하는 외국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점이 지적된다는  점이다. 한국사람처럼 “죽자사자” 일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내 경험으론 국적에 상관없이 탑top 1~5%의 성공적인 직장인을 보면 최고의 결과물을 지향하는 에너지나 집중력에서 한국인이 우수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무슨 얘기냐면, 한국직장인은 전반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세계무대에 세워놓고나서 봤을 때 반드시 최고점에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내 경험으론 후진국 출신이건 선진국 출신이건 성공에 목마른, 능력있는 다른 국가출신의 직장인들이 세상엔 참 많다.

#8. Make the boss shine

군대식, 상명하달식 문화에서 사실 상사를 “보좌”하는 건 한국직장인의 “기본”이다. 그래서 한국인이 이 덕목에서 실수하는 경우는 그리 자주 목격하진 않는다. 이 항목은 사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사람들에게 더 해당되는 얘기다. 고용이라는 계약적 관계에서 본인의 일과 타인의 일, 내 실적과 상사의 실적이 별개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서구문화에선 자주 나타나는데 실상은 명령권, 경영권이 탑다운으로 구성되는 조직에선 상사의 요구, 기대에 “무조건적”으로 부응해야 하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의 룰이다. 이런 면에선 한국인들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내가 볼 땐 #3번의 결과지향주의와 함께 “타고난” 강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단, 부조리가 주위에 횡행하는 한국경영문화에서 잘못된 걸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이 글의 전제 자체가 정상적인 경영환경이므로)

한국인들에게 오히려 문제는 가끔 이 능력이 과하게, 잘못되게 발현될 때다. 명령복종까진 좋은데 장님, 귀머거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 항목에 대한 이해의 열쇠는 가치관과 상관없이 본인이 조직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에 있는 것이다. 상사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하란 말이 아니라, 조직에서 상사에게 귀속되는 권한을 존중하고 그 권한을 통해서 상사가 성공적일 수 있게 도우라는 말이다.

2)     한국인이 전혀 안되는 영역

각론에 들어가기 전에 사실 12가지 덕목들 가운데 첫 5번까지의 항목들은 내가 보기에 핵심이 되는 항목들이다. 6번부터 12번까지는 일종의 선택항목이 될 수도 있지만 1번에서 5번이 없이는 사실 성공적인 경력개발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이 두번째 영역, 즉 한국인이 전혀 안되는 분야에 1~5번까지의 항목 중 3가지나 해당이 된다는 말은 (개똥이 말일 뿐입니다만…) 글로벌한 시각에서 봤을 때 한국직장인들에게 좀 더 근본적인 장애가 있다는 뜻이다 – 전혀 생소하거나 잘못된 선입견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1. Gain self awareness

내 자신의 잘 아는 게 모든 일의 출발이다. 근데 이 항목의 핵심은 객관성에 있다. 한국인들은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너무 감정적이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경쟁을 통해 살아남다보니,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무한히 작아지거나 우쭐하거나 하는 게 한국인의 습성이다. 문제는 경쟁에 지나치게 익숙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경쟁이 낳는 다른 문제는 개인능력에 대한 잘못된 고정적인 시각이다. 무슨 말이냐면, 시험 하나를 통과하고, 특정 학교, 특정 회사에 들어가고 나면 모든 사람의 능력이 그 곳에서 고정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인식상에서. 남을 볼때도 그렇고 나를 볼때도 그렇다. 나는 이 점수로 어떤 학교를 나와서 어떤 직급의 수준이니 내 능력도 그 경쟁의 결과와 동일하다는 고정적인 시각. 업무역량이건 리더십 역량이건 사람의 능력이란 건 경험과 노력에 의해서 계속 변하는 건데 말이다. 그래서 나를 객관적으로 못 본다.

나를 알라는 이 항목의 의미는 객/관/성이다. 내가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지, 고객중심 마인드가 떨어지는지, 부하직원 개발을 잘하는지, 전략적 사고능력이 있는지, 시간관리를 잘 하는지 등등등 그 어떤 역량이건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문화적인 이유때문만이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이게 잘 안된다. 한국인 상사들도 직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능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인재 개발차원에서도 충성심을 강조하지 개인역량의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지 않으니까. 오히려 한국기업들은 개인역량의 평가를 쉬쉬하며 감추는 경향도 있다. 승진이나 이직이 비이성적으로 자주 이뤄지기 때문이다. 높은 분들의 “낙점”에 의한 인재관리가 횡행하다보니.

이런 한국인으로서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대게 색안경을 끼고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되어있는데 그 색안경을 벗어던져야 한다. 그럴려면 주변에서 “솔직한” 피드백을 내게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많은 걸 들어야 한다. 내가 우쭐하지는 않는지, 필요이상으로 평가절하를 하지는 않는지, 어떤 역량이 뒤떨어지는지 어떤 역량이 뛰어난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놓아야 한다. 이게 안되면 다른 어느것도 안된다.

#2. Develop self-confidence

1번의 이유와 비슷하게 이 자신감의 항목도 내 관점으론 한국인이 전혀 안되는 부분이다. 객관적이지 않은 자만감이 넘치는 분들은 많이 본다. 반대로 객관적이지 않은 패배주의에 빠진 분들도 많이 본다. 요점은 긍정성이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은 내 현 위치에 대한 자뻑을 하란 말이 아니라 내 능력, 내 미래, 내 가치관에 대한 긍정성을 잃지말라는 소리다.

이게 어렵다. 어려서부터 등수를 메기고 목표등수에 들지 못하면 실패, 그 등수에 들면 성공 (심지어는 부모님으로부터도) 이라는 등식에 빠져서 자라다보니 뭐 하나 잘한다 싶으면 자뻑이다. 뭐 하나 못하면 쥐구멍이다.

승진을 하고 관리자가 되고 임원이 되어서 사람들을 이끄는데 긍정적이지 않은 사람이 어떤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 어려운 얘기다. 지금 당신의 상사가 당신을 바라보는데 미래에도 지금의 자만감이나 패배주의가 지속될 것 같으면 아무도 이끌어주려고 하지 않을테니까.

#5. Speak up and gain recognition

“책임을 완수하고 기다리면 조직에서 인정해준다”는 묘한 유교적인 문화때문에 우리는 내 자신에 대한 옹호를 너무 못한다. 요새 젊은 세대는 많이 나아졌다고 보지만 이 항목의 실천이 여전히 한국인이 잘 안되는 이유는 원리를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덕목은 “내가 잘났어요”라고 나를 홍보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내게 주어진 과제와 목표를 상사에게 재확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적을 냈다면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어필하라는 의미이다. 이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더 큰 경영의 그림을 볼 줄 아는 인재라는 인식이 만들어진다.

#7. Find a success mentor

요새 한국에서 매우 심하게 남용되는 단어가 멘토라는 말이다. 많은 분들이 멘토라는 타이틀로 이런저런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데, 이 아티클과 일반적인 경력관리 차원에서 멘토라고 할 때는 “같은 조직 내에서 깊고 지속적인 조언을 해주는 선배”를 지칭한다. (직속상사가 아닐 가능성이 더 높지만 때론 직속상사일 수도 있다. 상호 작용의 주기가 잦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멘토의 역할을 장려하는 회사도 있고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지는 환경도 있는데 주로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인들이 이 항목이 잘 안되는 이유는, 역시 문화적인 환경이 큰 이유다. 학연, 지연으로 파벌을 만드는 문화, 선배들 중에서도 순번이 있고 그 선배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존경을 받아야하는 문화. 이렇다 보니 멘토를 찾기도 어렵고 멘토링을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배도 귀하다.

아티클에 정의가 잘 되어있지만 관건은 이미 성공적인 사람이어야 하고, 나의 스타일과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잠정적으로 생각하는 경력path와 비슷한 분들이 더 효과적이다. 마구잡이로 멘토를 찾으면 안된다. 주의할 다른 점은, 대게의 경우 인기있는 선배는 멘토링의 요청이 많은 후배들로부터 집중된다. 그 경쟁에서 내가 나의 slot을 잡으려면 때로는 그 멘토에게 과감하게 접근해 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이 항목이 아마 한국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항목이 아닌가 싶다.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다보니 요새 후배들이 필요한 성공의 그림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10. Learn something new everyday

이 항목 역시 여러 배경적인 이유때문에 전혀 안된다. 문제의 출발은 개인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환경때문이다.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뭘 배우겠는가. 그래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관리자 교육, 협회에서 제공되는 강의를 들어봤자 자기 것이 안되고 회사 교육예산만 축난다.

반대급부로, 자주 대책없이 파편화된 지식쌓기에 열공인 경우가 그래서 많다. 독서도 좌충우돌, 네트워킹도 우왕좌왕, 인터넷을 통한 학습도 산발적이다. 이 경우 채워야한다는 강박관념은 좋은데 방향성이 없으니 나의 내공으로 쌓이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온다. 관건은 내 역량의 객/관/적인 평가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12. Manage stress with positive action

스트레스 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는 사회적인 배경이 크다고 본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꼭 껴안고 살거나 아니면 도피한다. 긍정적으로 관리, 제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다. 요는, 스트레스라는 사물을 죄악시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직장인에게 적당한 스트레스는 본인 성장의 촉매도 되고 업무의 집중도도 높인다. 그래서 때론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한다. 결정적인 부분은 그 후에 오는 공백감이다. 업무를 완수해놓고 스트레스가 여전히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아티클에 잘 설명되어 있듯이 스트레스 관리는 바로 내 마인드 컨트롤에 있다. 스트레스가 외부적으로 오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관리는 전적으로 내부적인 통제에 의해서 조절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에 올린 포스트 참조.

3)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론 잘 안되는 영역

#4. Establish leadership credibility

쉽게 말해서 리더십에 대한 잘못된 이해때문에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잘한다는 분들도 글로벌한 기준으로는 안되는 항목이다. 한국적인 환경에서 리더십이라고하면 ‘실적관리’와 ‘직원관리’를 잘 하면 끝난다고 보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더 큰 의미다. 아래사람을 키워내는 능력, 모든 직원을 매일 대면할 수 없는 큰 조직을 이끌 때 영향력에 의한 리더십, 실적의 어려움이 아닌 조직관리 차원의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 각국 각 사업부의 핵심 인사들과의 지속적인 신뢰감 유지, 방대한 조직에서 thought leadership을 관철시킨 경험 등 업무능력이 아닌 소프트한 능력이 한국인들에게는 많이 부족하다.

#6. Be an analytical problem solver

이 항목의 핵심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어필하라는 의미이다. 내게 주어진 업무는 한국인들은 잘 한다. 상명하달식의 문화에서 톱니바퀴로서는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나라는 톱니바퀴가 전체 기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그 커다란 기계가 근본적으로 더 뛰어난 효율과 실적을 내려면 어느 지점의 톱니바퀴가 어떻게 향상되고 바뀌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는 요구를 우리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승진을 하고 미래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풀어내본 경험이 다년간에 걸쳐 체질화된다는 얘기다. 한국적인 경영환경에서 잘 되지 않는다.

#9. Polish your interpersonal skills

글로벌한 의미에서 인간관계/대인관계 기술은 민주주의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한국경영환경에선 잘 하는 분들도 실상은 이 항목에 약점이 많다. 한국기업에선 직급에 관계없이 논리적으로 설득이 될 필요가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대인관계 기술이라고 하면 그저 인간성 좋은 사람이라는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 술자리에 잘 참석하고 결혼식에 자주 간다고 글로벌 시각으로 얘기하는 대인관계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강한 설득력, 깨끗한 일처리로 호감이 가는 성격,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접근, 내 업무/부서뿐 아니라 기업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어떤 종류의 업무도 협업이 잘되는 사람. 이런 게 대인관계의 기술이다.

#11. Become a risk taker

한국인들은 배포가 크다. 기업의 대표가 아니어도 업무를 할 때 위험을 감수하는 적극성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도박적인 차원에서 그렇거나 조직에 대한 충성차원에서 그럴 때가 많다. 이 아티클에서 말하는 위험감수란 건 자신감과 연결되는 의미이다. 내가 나의 경력을 걸고 계산된 위험을 감수해보고 성공해보았는지는 미래의 리더에게 중요한 덕목이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긍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노름을 하면서 베팅을 크게 해봤다고 리더가 되진 않는다. 조폭의 두목이 할복하라해서 했다고 기업의 리더가 되지는 않는다. 리더는 위험을 계산하고 합의된 베팅을 본인의 책임귀속이라는 전제하에 여러번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조직원들과 함께 현실화 시켜본 경험이 쌓였을 때 진정한 리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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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경력관리 12계명

  1. “강한 설득력, 깨끗한 일처리로 호감이 가는 성격,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접근, 내 업무/부서뿐 아니라 기업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어떤 종류의 업무도 협업이 잘되는 사람. 이런 게 대인관계의 기술”..이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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